BPM과 나
“WorkFlow”라고 불리워졌던, 지금은 모두가 BPM이라고 부르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내가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01년 7월 초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BPM 구축과 관련된 업무시스템구축 프로젝트만을 10여년 동안 수행해왔다.
우리 팀의 팀원들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BPM 구축 프로젝트를 해온 사람일것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BPM 프로젝트를 해왔다고 자부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BPM은 내 나이 30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했던 나의 분신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BPM 신규 구축 프로젝트가 눈에 띄게 적어지면서,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BPM 프로젝트 참여의 기회도 적어졌다. 아니, 슬프게도, BPM 프로젝트는 아예 내 눈앞에서 사라진 듯 하다.
도전받는 BPM..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시스템은 조직에서 수행되는 업무들을
(1) 다양한 규칙을 통해 업무 수행자(담당자)에게 자동으로 할당시키고 ToDo List(나의 할일)를 제공하여야 한다. (2) 또, 업무처리 진행상태를 투명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BPM이 도입되면, 내가 해야 할 업무들의 목록을 ToDo List 화면에 자동으로 나타나게 되어, 조직내에서 사용하는 갖가지 시스템의 각종 업무처리 메뉴를 찾아 들어가지 않더라도, 쉽게 그리하여 빨리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어떤 업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언제 어떤 경로를 지나서 나에게까지 도달되어졌는지 그림으로 표현된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BPM만 도입된다면 직장에서 일하기가 매우 편하고 쉬울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BPM을 많은 고객들이 도입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걸까?
BPM 도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면서, 가장 큰 도입 효과인, 모든 BPM 제품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ToDo List와 모니터링 기능을 별도의 업무개발을 통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또, BPM 도입 시의 효과로 제안되고 있는 조직 내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활동 지원 및 업무처리와 관련된 통계 데이터(처리시간과 처리건수)를 업무시스템에서도 어느 정도 관리되며 충분히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히 7년전 어느 BPM 프로젝트를 수행중에 고객측 팀장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BPM을 도입해서 ToDoList를 통해서만 일을 하게 하여 직원들을 바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내의 수 많은 업무들이 모두 BPM의 실행 프로세스로 적용되어 진다면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또, 업무의 시작(프로세스의 시작) 조차도 BPM의 To Do List를 통해서 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실제적인 BPM의 전사업무 적용은 결코 어느 프로젝트에서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전사업무의 BPM 적용이라는 포부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일뿐이다.
그것은 업무처리 데이터의 입력과 동시에 업무의 흐름이 종료되는 단순 프로세스는 현실 세계에서 매우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또 이러한 업무들은 거의 언제나 BPM 적용대상 프로세스에서 제외하여 BPM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업무의 처리는 언제나 업무처리 담당자가 BPM의 ToDo List가 아닌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업무메뉴를 스스로 찾아가서 업무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업무에 따라서 BPM의 ToDo List를 통해 업무처리를 해야하는 업무의 구분을 판단해야 하며, 그로인해 충분히 헷갈려 하기도 하고, 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어떤 BPM 수행인력의 약간의 무책임한 답변처럼, 일정기간 사용하다보면 능숙해질 테니, 혼돈과 불만의 고려 대상이 아닐 수도 있겠다. ㅠㅠ...
결국..
BPM이 도입되어야 하는 프로젝트는 업무처리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또 투명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조직내의 중요한 프로세스에 적용되어져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요 세 말하면 욕이된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몇 번의 BPM 프로젝트를 수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고 공감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처리의 흐름이 단순한(몇 개의 단순업무들의 흐름으로 조합된) 프로세스에 적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왜 일까?
BPM 도입 전에 조직 내 수많은 업무 프로세스중에서 적용 가능한 또는 적용 시 ToDo List와 모니터링을 통한 쉽고 빠르고 투명한 업무처리 지원에 있어서 효율적인가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장 큰 적용 효과(업무처리의 간편화,화 & 투명화)를 볼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가 존재하지 않거나 미비하여, 또 어차피 도입 결정되었기 때문에, 단순 업무 프로세스에라도 적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최근에 직접 참여했던 BPM 프로젝트에서도, BPM 도입 전에 BPM 적용 프로세스에 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BPM의 도입효과와 거의 일치하는 대체 업무시스템의 구축 업무범위와 상충되었고, 고객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혼돈을 주기도 했었다. 이런 BPM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인수인계를 마치는 끝까지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고, 비싼 돈을 내고 BPM를 사준 고객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히 들곤 한다.
BPM은 다시 꽃을 피울까?
나는 감히 이 대답을 하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이 대답을 회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10여년 그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했던 BPM이 다시 크게 활짝 피어나길 바랄뿐이다.
2013년 3월 5일...
황상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