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올해 들어와서 세번째 하는 소개팅날이에요.

남들은 그 나이에 무슨 소개팅이냐고 말하지만,
후배가 알선해주는 거니까 소개팅이라고 박박우겨요.

어젯밤에 후배한테 전화와서
소개팅 나갈때 옷차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들었기때문에,
평상시 안하던 넥타이까지 동여메어요.

이 기다란 헝겊 조각은 멜때마다 길이가 달라져요.
그러나 예의상 메고 가야할 것을 잘 알아요.
난 소개팅의 달인이니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불혹의 노총각 냄새를 씻어내기위해 동네 사우나에 가요.

볼록한 배가 여느 중년 아저씨의 배와 삐까삐까 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그래도 난 아직 젊은 오빠라는 사실을 깨달아요.

늦지 않게 약속장소로 출발해요.

미리 적어놓은 소개팅 장소 근처의 약도와 맛집정보도 잊지 않고 챙겨요.
인터넷 지식검색을 통해 찾아놓은
상황별 분위기별 맞집정보를 열심히 외워요.

잘 외워지지 않지만,
그래도 외우려고 노력해요.

어둠컴컴해지기 시작한 시간에 첫만남을 갖는건 아주 중요해요.
그래야, 내 외모와 뱃살을 분명하게 뜯어보지 못할테니까요.
그래서, 첫 만남의 시간은 언제나 내가 잡아요.

정각 6시.
그녀한테 전화를 해요.
약속장소앞에 서성거리고 있는 많은 여자들중에서
두,세번째로 이쁜 여자가 핸드폰을 들고 있어요.

그럴줄 알았어요.
항상 그러니까요.

그러나 난 알아요.
실망은 사치고, 기대는 허영이예요.

그녀와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울적해져요.
그래요.
그럴줄 알았어요.

저녁 여물 시간에 만나는건 참 좋은 선택이예요.
밥도 먹고 후식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맛집을 선택하는건
특히 탁월한 선택이예요.

기본적인 호구조사를 해요.
그리고 쉬는날 모하며 지내는지도 물어요.

그녀가 내가 물어보려고 생각했던 질문을 먼저 던져요.
이젠 알겠어요.
그녀도 소개팅의 달인인가 봐요.

정각 9시..
가슴속 깊은 곳에서 노랫소리가 들여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소개팅의 달인답게
3시간여동안 쉴새없이 떠들고 나니,
그녀을 알게된지 3년쯤 된거 같아요.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어요.

나는 방패를 꺼내들고,
그녀는 칼자루를 꺼내들어요.

다음주 주말에 보자고 해요.
다음주 주말에 약속 있데요.
그럴줄 알았어요.

그럼 다시 다음주 일요일에 보자고 해요.
다음주 일요일엔 산에 간데요.
그럴줄도 알았어요.

그러나 달인은 포기 하지 않아요.

다음주 주중엔 시간 괜찮냐고 물어요.
나의 퇴근길 집에 가는 노선에 그녀의 회사가 있다는걸 알았으니
그녀도 더 이상 빼도박도 못해요.
설마 다음주에 초겨울의 여름휴가를 가지는 않을테니까요.

이젠 됐어요.
마지막 단계예요.

헤어지기 바로전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는 않았지만,
약속을 확실히 받고자 다시 문자를 보내요.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남은주말 잘 보내고, 담주에 또 봐요"
"......"

벌써 2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그녀한테 답신 문자메세지가 오지 않아요.
우라질레이션...ㅠㅠ

이젠 일찍 잠을 자야겠어요.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녀한테 문자가 와있을것을 마지막으로 기다려봐요.
 
"거위의 꿈" 노래가사를 중얼거리며 잠을 자러가요.
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간택해요~♩~
 
이상은 우라질레이터의 소개팅날의 하루였어요.
Posted by 우라질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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