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1) 인용한 시 중에서 한 편을 골라 필사하고, 시 선택의 이유를 자신의 삶과 관련하여 작성 후 제출하시오.(5점) |
신발론 -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
마경덕 시인의 “신발론”은 멋지고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내 욕망을 차분히 내려놓으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이 시의 형식이 일기의 형식이고, 산문의 형식이어서, 다른 많은 시인들의 시들처럼 굳이 시에 담아놓은 시인의 깊은 함축의 뜻을 헤아리려 하지 않아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유와 직유, 비유를 섞어가며 쓰여진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시인의 시들보다는 생각나는 대로, 보여지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사물의 모습과 나의 관계를 술술술 써 내려간, 그래서 읽고 있는 내 마음에까지 이 시를 쓸 때의 시인의 마음과 느낌이 쏙쏙 전달되어지는 듯하다.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어지게 한다.
이 시의 내용으로는, 이제 하늘의 뜻을 알아채어야 하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거늘 크고 작은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하늘의 뜻은 커녕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어리석은 채로 살아가고 있는, 무언가에 끌려 다니고 있는 내 모습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신발을 신은 내 모습은 상상되지 않고, 신발이라는 수 많은 사회적 굴레에 담겨져서, 해외에서 실려온 선체에 선적된 고깃덩어리의 모습이 상상된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신발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의 이리 저리 얽힌 관계 속에서 나를 안내하며 이끌어 주었다. 이 시는 다음 생을 맞기 전에 다시 한번 새 신발을 신게 된다면,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난 나에게 좀 더 잘 맞는 나만의 신발을 신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과제 2)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편의 시를 작성해 제출하시오.(15점) |
나는 프로그래머다 - 황상규 (202011-306263) 나는 프로그래머다 거침없이 전장을 누비는 적토마처럼 빛의 속도로 세상을 누빈다 아니, 그 빛의 적토마를 빚어낸다 background-color로 세상을 온갖 색으로 물들이기도 하고 for loop로 백만 스물 두 번 반복된 되돌이도 풀어헤친다 시푸른 남태평양 어느 해안가 사진에 브루콜리 머리를 뒤집어 쓴 내 젊은 시절 사진을 붙여 정부기관 홈페이지 얼굴을 바꿀 수도 있고 매월 25일 영(0)을 한 개 더 붙여서 월급통장에 찍히게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잔재주를 피우는 삐에로들의 나쁜 마음을 맘껏 펼치지 못하게 한다 방화벽이다 보이지 않는 이 벽 너머로 들어가려면 이름과 암구호를 외쳐야 한다 이 늙은 삐에로는 열쇠없이 방화벽을 드나들 재주도 없고 비둘기 공원에서 하얀 깃발 휘날릴 기운도 없다 평화를 잃은 키예프의 광장으로 빵값을 보냈다 푸틴의 방화벽을 뛰어넘을 잔재주를 가졌더라면 수십마리 미그와 수호이를 보냈을 텐데.. 프로그램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었던 나는 프로그래머다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도 없는 나는… 월급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