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생각

My Life/2010년 2010. 12. 17. 04:13

다른 집의 아친엄(아들 친구 엄마)이나  딸친엄(딸 친구 엄마)들은 
예쁘고 능력있고 못하는것도 없고, 
그 집 아들 딸들에게 안해주는게 없는데,
우리의 엄마는 우리들에게 뭘 제대로 해주는게 별로 없어 보입니다.

어릴적 옆집 사는 내 친구 엄마처럼 유치원도 안보내 주시고,
눈만뜨면 노래부르던 태권도장은
어느새부터인가 나부터 지쳐서 더 이상 보내달라고 땡깡부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릴적 맛있는거 사먹게 "엄마 백원만~"이라며 조를라치면,
눈치 챈 엄마는 팔다 남은 밀가루 반죽으로 
내 작은 손에 딱 맞는 호떡과 핫도그를 만들어 주며 먼저 선수를 치곤 하셨읍니다.

우리 엄마는 그려셨읍니다.

먹고살기 바쁘신 우리 엄마는,
큰 아들놈 군대있을때 한번도 면회오지 못했다는걸 마음에 쌓아두고 계십니다.

비록 그때 나는 내 인생의 첫 흠모녀를 만나기 위해,
한달에 한번꼴로 경부선을 타고 한반도의 반을 가로 질러 집에 올라오곤했었지만,
저의 엄마는 다른 집 엄마들처럼 
큰 아들 군대시절동안 한번도 면회(?) 오시지 않으셨다는건만 기억하고 계십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학교와 직장 생활 때문에 십년 넘게 자취 생활을 할 때에도,
다른 집 엄마들처럼 그 냄새 쾌쾌나는 독거총각의 방에 가끔 찾아와
깨끗하게 청소도 해놓고 밑반찬도 떨어지지 않게 
냉장고 가득가득 해놓으시지 않으셨다는걸 미안해 하고 계십니다.

일흔이 이제 막 넘으신 우리 엄마...

지금의 내 나이쯤에 사별하여 남편을 잃고 혼자 되어서리,
다른 집 엄마들의 우아한 모습의 뒷치닥거리를 하며 우리들을 키우셨읍니다.

다른 집 엄마들의 언제나 멋진 모습만을 볼 수 있었던 건 
다 우리 엄마 같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다른 집 엄마들의 고운 손등을 대신하여,
간장,설탕,파,마늘,깨,후추,참기름이 내 엄마의 손에서 버무려지며 
직접 많은 음식들을 하셨기 때문인가,
저의 엄마의 음식 솜씨는 대장금보다 한 수 위입니다.

그런 저의 엄마의 음식 솜씨로 직접 지으신 고추장을 얼마전에 집에서부터 받았읍니다.

몽골에도 고추장 된장 다 있으니까,
쓸데없이 무게만 나가니 그런건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도,
엄마의 손으로 직접 만든 건강한 고추장을 먹으라며 기어이 보내셨읍니다.

델구루에서 사놓은 고추장이 다 떨어져서 어제 저녁에 엄마의 고추장을 개봉했읍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했읍니다.
엄마의 고추장은 정말 맛있다!!라는 한마디를 해주기 위해서 였었읍니다.

그런데, 엄마의 답변은 깁니다.

해준게 별로 없어서...
자라면서 남들 엄마처럼 잘 해준게 없어서...

나이 사십이나 쳐먹고 대한민국 싸나이가 
엄마랑 전화 통화하다가 울뻔했읍니다.ㅠㅠ..

건강하게 잘 지내면서 
좋은 일 많이 하고 오라는 엄마의 격려사를 들으며 전화통화 끊은 후에 
다짐을 한가지 했읍니다.

다시는 엄마에게 고맙다니 어쩌니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그냥 엄마는 평생을 항상 자식들에게 무언가 다 해주는 그런 분이신데,
구차스럽게 고맙다니 어쩌니 그런 말로 
엄마의 못해주었다고 미안해하시는 그 가슴속에 담아두신 기억을 꺼내게하여,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 해드릴 수는 없읍니다.

엄마, 지금은 분명하게 잘 압니다..
다른 집 엄마들처럼 엄마도 
엄마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건 모든 걸 다 해주셨다는걸...
 
Posted by 우라질레이터

urajilation@gmail.com
우라질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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