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한참을 꿈지락 거리다가 창밖을 보니,
밤사이에 함박눈이 내렸나 보다.
10센티미터는 쌓인것 같다.
이 눈이 내린 후에 이 눈 구름은 한국으로 갈지도 모르는데..
3~4일후면 한국에도 대설경보가 내릴지도 모른다.

몽골에서는 이정도 눈으로도 눈하나 깜박 않는다.
그야말로 얼음길인데도 아직까지 체인을 달고 있는 자동차를 본적이 한번도 없다.

- 우리집 침실 창문에서 바라본 바로 앞에 있는 9번 학교

- 거실 창문쪽에서 바라본 18번 아파트

척터 선생님 집에 갔다.
오후 2시에 가기로 약속했다.

한국에서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었지만,
외국에 나와있으니, 나 때문에 다른 한국사람들 욕먹을까봐서도
시간약속을 더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15분 늦게 척터 박시에 집에 도착했다.

척터 박시네 가족은 
척터 박시,
부인, 우리학교 부속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인 추카,
큰아들, 초등학생 아므르에르든(Амарэрдэнэ),
작은아들, 21번 유치원(김정일 유치원) 아츠에르든(Ачэрдэнэ)
이렇게 4식구다.

손님들이 와있었다.
추카박시의 아버지, 어머니, 추카박시의 이모와 이모부,
우리학교 영어과 선생님 어욘체첵, 더르쯔토야..

아마르배노(Амар байна уу?)라고 인사말을 하면서,
아랫사람은 손을 아래에서 받치고,
윗사람은 손을 위에서 잡으며,
양쪽볼에 "쪽~" 소리를 내며 뽀뽀 비슷한 흉내를 낸다.

내가 아주 어릴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거다..
양볼에 대고 뽀뽀하는 그 서양식 인사...

근데.. 직접 해보니.. 몇가지 유형이 있었다.

(1) 정말로 양쪽 볼에 대고 뽀뽀하는 경우
 - 할아버지 할머지들은 내 볼에 양고기 기름이랑 보쯔 기름을 묻힌다.
   그래도 괜찮다. 
   공짜로 몽골 문화 체험하고 있으니 재미있기까지 하다.

(2) 쪽 소리만 내고 실제로 뽀뽀하지 않는 경우
- 상대방이 예쁜 아가씨라면 충분히 아쉬워할만 하다.

(3) 서로의 나이도 애매하고 흔히 하는 인사라서 귀찮아하는 경우
- 뭐.. 이런 경우는 나도 별로 "아므르밴노"라고 인사하고 싶지 않지만,
  간략하게 인사하기에는 그런대로 괜찮다.

척터박시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는 걸 예전에 다른 선생님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모르고 있는것처럼 물어보았다.

척터 박시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15살에, 어머니는 21살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걸 곰곰히 세면서 기억해내다니..
나같으면 몇년 몇월 몇일이라고 금방 튀어 나올텐데..
내 아버지가 1981년 6월 1일에 돌아가신걸 쉽게 기억하고 있는것처럼. ^^

척터 박시집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걸린다.
건물은 알겠는데, 호수를 잊어버려 아침에 다시 전화를 했다.
5동 18호..

오늘은 보쯔를 15개쯤 먹은거 같다.
나는 보쯔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 먹은 보쯔는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보쯔 중에서 내 입맛에 제일 잘 맞는다.
오히려 보쯔가 굉장히 맛있었다.

며칠전에 임플란트 이빨이 빠져서 성큼성큼 음식을 먹고 있지 못해서 그렇지,
30~40개는 충분히 먹을 수 있었을것 같다.

추카 박시가 맛있게 먹어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자기도 나에게 입맛에 맞을거라고.. 그럴거라고 생각했단다. ^^

오늘 함께 와있던 추카 박시의 부모님이
소금(давс)끼 있는 음식을 싫어하고,
기름(өөх) 있는 음식을 싫어해서,
일반적인 몽골음식 같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 나, 척터, 추카.. 아래 아이들은 아므르에르든, 아츠에르든, 추카박시 동생의 딸.. 침게(?)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새배를 받고 새뱃돈을 준다고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도 한국식으로 무조건 주면 혹시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세뱃 돈을 줘도 되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한다.

요 세 꼬마들에게 다시 몽골식으로 새해 인사를 받고, 새뱃돈을 주었다.
아므로와 침게는 1,000투그릭, 아직 돈 개념을 모르는 아츠는 500투그릭..

내 어릴적에도 누가 우리집에 놀러오면 사진을 보여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쁘게 정리된 앨범은 자랑거리이기도 했었다.

추카 박시가 박스에 담겨진 정리되지 않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젊을때의 추카박시보다 지금의 모습이 더 예쁘다고 얘기해주었다.

몇년전 사진중에는 빨간색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사진이 있길래,
한국에서는 이렇게 입술이 빨가면 "쥐 잡아먹었냐?"고 놀리곤 했다고 말했다.

사진을 더 보다가 추카 박시와 같이 사진 찍은 모조리 예쁜 사람들이 있었다.
척터박시는 그중에 한명 골라보라고 한다.
이중에 결혼 안한 사람이 몇명 있다고 한다.
이중에 나이도 나랑 비슷한 마흔 살 아가씨도 있다고 했다.

올레~~~

몽골 사람들은 일찍 결혼한다고 하던데..
이 사진의 예쁜 아가씨들중에 결혼 안한 마흔살 아가씨도 있는거 정말 맞냐고 다시 물었다.

추카 박시가 옆에서 거든다.
몽골 남자들중에 멋진 남자들이 별로 없어서,
맘에 드는 남자가 없어 결혼하지 않는 여자들도 있다고 한다.

같은 교무실을 쓰고 있는 이트게를 박시도 나이 서른인데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그렇다면 한명 소개시켜달라고 해봐?

근데.. 지금....
인생 후반전을 바람의 아들래미가 되어 살아볼까 궁리중인 나에게.... 쩝...
아~ 어쩔까나...
맘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또 내 인생의 계획 수정을 해야하남.. 쩝...

못 이기는척 하고 있다가 혹시라도 한번 더 다시 만나보라고 권유한다면,
착한 사람으로.. 기왕이면 애 안딸린 여자로.. 한번 만나봐??

근데.. 걱정된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수없이 차였던 경력이, 이곳 몽골에서도 재현된다면,
집에서 혼자 보드카 마시다가, 중도귀국행 비행기를 타게 될지도 모르니까.ㅋㅋ

척터 박시네 집에 가기위해 집에서 나오기전에 
갈 준비를 다 하고나서 다시 전화를 했었었다.

지난 연말에 한국에서 큰아버지가 엄마편으로 유행이 좀 지난 코트 2개를 보냈었다고..
가져갈테니 입을래냐고..

큰아버지가 예전에 입으셨던 옷인데,
옷은 좋은건데 유행이 지났지만,
영하 몇십도의 몽골에서 조카인 내가 봉사활동 한다고 가있으니
유행이고 뭐고 따뜻하게 지내라며 엄마가 보내는 반찬박스에 함께 담아 보내주신 것이다.

두개니까, 가까운 몽골 사람에게 한벌 주고,
한벌은 내가 입다가 나중에 돌아올 때, 그것도 몽골 사람 주고 오라고 하셨다.

학교에서 가끔 어떤 학생들은 내가 척터박시인줄 알고 교무실에 들어와서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거의 항상 머리를 짧게 하고 다니는거나,
안경도 비슷하고,
눈도 쬐금하고,
둘 다 배불뚝이인것까지...

한국에서 온 코트중 아직 입지 않은 코트를 척터 박시에게 주고,
다른건 내가 입고 나란히 서 있으니 진짜 형제 같다.

몽골 선생님들도 우리들의 아버지가 같은 사람인거 같다고 농담을 했었었다.

- "황상규"가 누구인고? "척트새흥"은 어느쪽 인고? ^^

- 추카 박시가 선물을 주었다.
   양말과 1,000투그릭과 스킨 같은거..양말이 "아디다스"다~
Posted by 우라질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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