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꽃"

My Life/2011년 2011. 10. 24. 03:16
새로운 꽃(шинэ: 새로운,  цэцэг: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신체첵"(Шинэцэцэг, 그냥 부를때는 "Шинээ[시네]"라고 부른다)은
몽골 울란바타르 북쪽 230킬로미터의 다르항 15번 학교 7학년에 다니는 13살 여자아이다.

"시네"를 알게된것은
다르항에 있는 성당 신부님에게
어려운 가정의 그래서 도움을 줄 학생을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드려서 알게되었다.

시네는..
생일이 신질(шинэ жил, "새해"라는 뜻)이라고 했다.
1999년 1월 1일을 맞기 바로 직전인
1998년 12월 31일 밤 12시에 태어났다고 했다.

십삼년전 시네가 태어났던,
그날도 분명히 엄청나게 추웠을 그 같은 시각에,
나는 한여름인 남태평양의 어느 유명한 바닷가 휴양도시에서
웃통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며 호기를 부리고 있었다는게 기억나서
시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네는..
엄마의 보살핌이 더더욱 필요한 사춘기 소녀의 나이지만,
시네의 엄마는 십년전인 시네가 세살때 이미 세상을 떠났고,
몽골의 제 3의 도시 다르항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철길 너머편 판자촌 마을(Понорийн задгай 5-48)에서 아버지(Чулуунхүү, [촐롱후])와 단둘이 살고 있다.

시네의 아버지 "촐롱후"는..
이제 겨우 마흔여덟살인데,
이마의 주름이나 두개밖에 남아있지 않은 아래쪽 이빨만을 보면,
환갑의 나이를 훌쩍 넘어보인다.

그는
길에서 빈 병이나 쇠붙이를 주워서(төмөр ухах) 팔아 생활을 한다고 했다.
빈 병도 주워 판다고 했다.
빈 병(шил)은 종류마다 달라서 10투그릭에서 100투그릭까지 받지만,
쇠붙이 철(төмөр)은 1kg에 200투그릭에 팔 수 있다며,
특히, 전선같은 구리(зэс)가 좋다는 요긴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도심의 한가운데가 아닌 이상
울타리(хашаа)만 쳐놓으면 그냥 누구나 살아갈 수 있는 집터가 될 수 있으니,
시네네 집도 마당 넓은 집이다.

하지만,
싱크대는 거녕 수도꼭지도 없고,
쇼파도, 카페트도 없는 주방겸 거실이라고 생각되어지는 큰 공간이 하나 있고,
작은 방(?)이 두개씩나 있지만 어차피 침실로 쓰고 있는 방도 난방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침실 방 이외의 방은 그냥 텅비어 있다.

시네네는 냉장고(хөргөгч)도 없고, 세탁기(угаалгын машин)도 없다.
끼니를 때울 음식들을 쌓아둘만한 형편이 안되니 냉장고는 쓸모없고,
수도시설도 없고, 물도 멀리서 돈주고 길어와야 하니 물먹는 하마 세탁기도 쓸모없다.

물은 동네 우물(худаг)에서 25리터에 70투그릭에 사온다고 했다.
이미 심한 눈보라가 두어번 닥친 이번 겨울이지만,
침실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안에 있는 냉기 가득찬 난로 그 주변에는
땔감으로 쓴 나무 조각의 부스러기도 보이지 않는다.

땔감 나무(мод)는 한 자루(шуудай)에 3,000투그릭이라고 했다.
석탄(нүүрс)은 한 자루에 5,000투그릭이라고 했다.
나무 한자루는 이틀을 쓸 수 있고,
석탄 한자루는 삼일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난방용 석탄 한 자루를 사기위해, 귀한 구리 덩어리 25kg를 주워야 한다.
난반용 땔감 한 자루를 사기위해, 흔한 맥주병 300병을 주워팔아야 한다.

시네는 이 다음 어른이 되면 미용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그 흔한 싸구려 로션 하나 바르고 있지 못하지만,
하얀 버짐 가득한 그 예쁜 얼굴이 이번 겨울동안에는 그나마 덜 텄으면 좋겠다.

KOVA 나눔사업에 시네네를 도와달라고 신청서를 쓰려고 한다.
시네네가 지원대상자로 선정된다면,
30만원의 거금을 지원받아 시네네 집을 위해 쓸수 있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미리부터 들떠서,
시네네 집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생각하며 나혼자 신이 났고,
시네를 보면 저절로 나오던 눈물도 그쳐졌다.

난방 석탄
땔감나무
음식 밀가루
식용유
소금
토마토케찹
고기
간식 사탕, 초코파이
교재 및 필기도구 공책, 볼펜
생활용품 빨래비누
세수비누
피부보습 로션
방풍 보수 바람막이용 비닐
스카치테이프




Posted by 우라질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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