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그 돈은
고등학생 시절 나의 한달 생활비였다.
무료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학교에 진학했으니
공책이랑 볼펜이랑
집에 갈 버스비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입학하고 나서보니
방위성금 내라하네.. 앵?
과자파티를 한다네..앵?
점호 끝나고 컵라면 먹으러 가자네..앵?
컵라면까지 먹으면
다음달에 집에 갈 차비가 없는데..
컵라면 안좋아 한다고 했다.
저녁밥 많이 먹어서 배부르다 했다.
나중에야 빈 지갑을 보여줬다.
이 다음에 돈 생기면
그땐 너가 컵라면 사주면 된다길래
컵라면을 얻어먹으러 따라갔다.
대책이 필요했다.
일요일 새벽 학교 기숙사 담장을 넘어
성남 복정동 대로변 인력시장에 갔다.
열여섯살 아이는
스무몇살 총각처럼 노가다를 뛰고나서
일당으로 만몇천원을 받았다.
그 돈이면
엄마한테 용돈을 더 받지 않아도
평화의댐 방위성금도 낼 수 있고
점호 끝나고 컵라면도 먹으러 갈 수 있고
과자파티도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돈이 남으니
장미도 한라산도 88도 살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그 시절 그 친구들을 만났다.
내 친구들은
나에겐 그 시절의 그 컵라면 같은 존재다.
추억의 놀이동산 소풍길 간식처럼 달콤한..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물처럼 따뜻한..
부족함을 메꿔주는 배부른 면발같은..
갚아도 갚아도 채워지지않는..
그 시절 그 추억의 내 벗들은
나에겐 영원한 빚이고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