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짜리 추석연휴를 앞두고 연휴기간동안 뭘하며 지내야할지 궁리중이었다.
명절연휴동안 씻지않고 먹고자고먹고자고를 반복하던 내 대부분의 지난 시간들처럼 이번 연휴도 그리보내게 될것 같았으니,
이번에는 좀 다르게 보내고 싶었다.
등산, 힘쓰는 단기 아르바이트, TV 드라마 몰아보기, 그림맞추기 퍼즐(jigsaw puzzle) 그리고 독서 등을 궁리하던중에
마침 핸드폰속 인터넷에서 신간 책 소개기사에 "히키코모리" 라는 단어가 보였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 사람들은 왜 그런 삶을, 왜 그런 모습으로 사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귀농귀촌의 모습으로, 자연인의 모습으로 살고싶은 내 미래의 모습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된 히키코모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히키코모리의 삶의 모습이 그려진 책 한권을 사들고 단기과정 히키코모리가 될 수도 있는 9일짜리 추석연휴를 보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귀성길에 올랐다.
책 이름...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어떤 책은 잘써진 책이 있다. 잘 써진 책은 쉽게 쉽게 페이지 장이 넘어간다. 쉽게 이해되고 머리속에 장면 하나하나가 그려지니 집중도 잘된다.
하지만 어떤 책은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쓰여졌음에도 쉽게 잘 넘어가지 않는 책들도 있다.
이 책은 쉬운 단어들로 엮여진 책이었음에도 앞부분 페이지는 잘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히키코모리의 이력이 있다는 이 책의 작가와는 달리, 백화점에서 나를 위해 3만원짜리 옷을 사본적도 없고, 펌이니 매직이니 염색 한번 해본적 없고, 낯선 사람들과의 오프라인 모임에 선뜻 나설만큼 누구나하고도 금새 친해질만큼 친근성이나 사회성이 밝지도 않다.
오히려 세상속에 함께 파묻혀 살고는 있지만 날마다 세상밖 외진 곳으로 떠나고 싶은 세상속의 히키코모리가 내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서점에 들려 할인없이 제 값 다주고 이 책을 사면서 나는 이미 너무 큰 기대를 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왜 히키코모리가 되었을까?
작가는 평상의 성격이 어쩌길래 히키코모리가 될수 있었을까?
히키코모리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어쩌다 어떤 이유로 10년의 삶을 떨칠 수 있었을까?
냉철하게 말하면,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본래 가졌던 그런 기대감에 대한 대답들을 얻고 싶었지만, 결국 분명하고 명쾌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이런 내 심정을 드러내놓으니, 작가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10년의 삶을 떨쳐내었더니 이상한 놈이 잔인한 느낌을 제 맛대로 떠벌린다 생각할 것같다.
나는 PC게임은 물론이고 핸드폰게임도 하지 않는다. 일년동안에 사입는 옷은 한벌이나 될까말까하고, 지금까지 살면서 염색도 파마도 해본적 없다. 그런곳에 돈을 쓰는게 사실 아깝기까지하다.
작가의 타고난 원래의 성격이나 생활 모습이 나랑 매우 달리 활동적(대표적으로 나는 젊었을때 친구들과 산이나 바다로 놀러다녔던 추억이 거의 없다)이었던 것 같고, 또 나는 평생 제대로 사궜던 여자친구도 없었으니 작가의 "그년놈"들처럼 나를 은둔자로 시작하게 스타트를 끊어줄 사람도, 기회도 없어서, 어쩌면 나는 히키코모리가 될 확률은 매우 적을것 같다. 세상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데끼며 살고 있지만, 날마다 자연인으로 살고 싶은 꿈을 품으며 살고 있더라도, 언젠가 그 삶의 목표가 이뤄지더라도 나는 히키코모리가 되지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방안에서 무한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PC게임이나 핸드폰게임에 흥미가 없고 앞으로도 안하게 될것같고, 그 유명하다는 애니매이션들도 별로 재미있어 하지 않아서 여지껏 살면서 본 애니매이션은 "톰과 제리"를 포함해서 열편 남짓 될것 같다. 또 아무도 나 대신 핸드폰 요금을 내주지도 않을것이라는걸 알며, 삼시세끼 라면 사먹을 돈을 대줄 사람도 없을것이라는건 더더욱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히키코모리가 되는 순간부터 굶어죽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음식거리라도 마련하기위해 열심히 노동을 해야한다는 것을 몸서리칠만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다행(?)스럽게도 나는 히키코모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내 미래 모습의 가능성이 희박할것이라는 데에 안심이 든다.